빛과 색채의 화가 이현, 지중해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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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봄을 깨우는, 밝고 유쾌한 ‘빛의 유희’ - 경향신문 2011년2월16일자 등록일 2011-03-03 01:52:10
작성자 이현 파일명
26번째 개인전 여는 서양화가 이현

봄을 깨우는, 밝고 유쾌한 ‘빛의 유희’


로마의 정취가 배어 있는 ‘빛과 색’ 작업을 통해 동서양 문화의 융합을 설명하는 이현 작가. “그림은 혼자 하는 작업이어서 좋아요. 혼자 죽도록 싸우면 되니까요. 제가 생애를 바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그림 그리는 일 같아요.”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작가 이현(53)의 방은 지나온 여정을 담고 있는 추억창고다. 서울 안암동 대로변 건물 2층 ‘레테화실’이란 구식 스타일 간판을 걸고 있는 그의 방. 30년 전부터 이곳에서 그의 작품들이 탄생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망각의 강 ‘레테’를 문패로 한 그의 방은 ‘망각’을 거부한다.

10대부터 이현이 연주하던 첼로, 바이올린, 기타, 드럼이 꽃무늬 스탠드 조명을 받으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맞은편에는 이현이 치는 풍금의 모습이 소박하다. 한강 둔치에서 타는 자전거도 있다. 방의 풍경은 ‘레테’의 주인이 걸어온 시절의 스펙트럼을 낱낱이 보듬고 있다.

개인전 준비가 궁금해 찾아간 기자를 만나자마자 작가는 컴퓨터부터 켠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다. 어릴 때부터 음악은 그의 일부였다. ‘레테화실’ 중앙에는 이번 개인전에 출품할 그림이 마지막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3월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비타민스테이션 갤러리7에서 열리는 26번째 개인전 ‘지중해의 빛-꿈’이다.

“저는 살아 있는 게 기적입니다. 몸이 허약해 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 했거든요. 3남4녀 중 셋째인데 저만 유독 약했어요. 노래 잘하고 IQ 뛰어나고 감수성도 풍부했는데, 몸의 에너지가 부족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죠. 게다가 선생님께 혼나면 그 자리에서 쓰러질 만큼 예민했고요.”

밖에서 노는 건 생각도 못했다. 책 읽고 그림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고교졸업 후에는 러시아 유학을 원했지만 수교 이전이어서 곤란했다. 독일의 리트음악과 현대문학에 ‘꽂혔던’ 그는 독일 도르트문트 미대 입학이 결정됐지만 건강상 포기했다. 의사가 “기후가 춥고 변덕스러운 곳이라 예민한 체질엔 좋지 않다”고 만류한 탓이었다.


‘가을’ (2009년작 ,100x72㎝) 이현 작가는 “기독교신자가 아니지만 양을 그릴수록 기분이 좋다’고 한다.

결국 27세에 서양문화의 모태인 국립 로마 미술대에 입학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은 문제되지 않았다. 20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의사의 예언과 달리 이현은 생기를 찾은 꽃처럼 피어났다. “어린 시절을 우울하게 보냈는데 로마에 살면서 건강해졌어요. 삶이 아주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죠. 로마는 저에게 친절했고 저를 새로 태어나게 했습니다. 밝고 유쾌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햇빛도 좋고…. 어둠을 겪고 나면 빛이 더 환하게 느껴지잖아요. 그때부터 제 그림의 키워드는 ‘빛’이랍니다.”

2000년부터 1년의 절반씩을 서울과 로마에서 지냈는데 요즘엔 4개월씩 머문다. 그외의 시간은 다른 외국 전시에 할애한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메츠아트페어(3월), 파리 개인전(5~6월), 파리 그랑팔레 살롱전(11월)으로 프랑스에서 보낸 날이 많았다.

“저는 단순하고 명쾌한 게 좋아요. 캔버스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작업이라 해도 회화의 처음 모습, 미술의 기초로 돌아가고 싶은 거죠. 가능한 한 단순하고 순수하며 명쾌한 선과 면, 색채를 절제해 사용하고 싶어요.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와 조형원리만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싶습니다.”

특히 색과 색의 비교작업을 즐긴다. 주제도 특정 대상보다 그때그때 이미지가 떠오르는 오브제를 화두로 색을 구성한다. 주로 산과 들, 바다와 뭉게구름, 양떼와 나무가 대상이다. 오방색을 선호하는데, 주홍 들판과 파란 바다, 노란 가로등과 회색 산 등 색과 색의 콘트라스트가 확연하다. 30대 초반부터 자연을 주제로 작업해온 ‘색의 유희 시리즈’는 25년이 됐다.

그의 강렬한 색상은 공격적이기보다 꿈꾸는 듯 평화롭고 고요하다. 한국과 로마를 오가며 동서양의 문화를 한 번에 보듬은 그의 작품은 강한 색과 극도의 단순한 형태로 빛의 문학성을 빚어내고 있다. 서양미술의 평면성에 농축된 감성과 동양적 명상을 바탕으로 한 동양화 같다. “사람들은 동서양을 양분하는데, 동서양의 본질은 동일하기 때문에 제 그림엔 동서양이 다 들어 있는 셈입니다.”

요즘은 꽃그림을 시작했다. 양귀비다. “많은 작가가 꽃을 그려도 저는 그리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작업이 막혀서 그동안의 자료를 들춰보다가 그림을 그리는데, 글쎄 제가 꽃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1년에 20~40점 그리는데, 3~4년 후 초대전 일정까지 잡혀 있어 부지런히 그려야 해요.” 그림의 인기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개인전에는 40여점을 출품했다. 프랑스에서 하던 작업도 가져왔는데, 20~30호 위주고 120~100호 대작도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설 무렵 로마에서 귀국했는데, 오는 6월 말에 다시 ‘로마를 속삭이러’ 떠난다. (02)580-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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