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채의 화가 이현, 지중해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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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같은 그림, 그림같은 시 에세이로 그린 마음 풍경 등록일 2008-01-29 14:26:52
작성자 admin 파일명
2007-04-20
시같은 그림, 그림같은 시 에세이로 그린 ‘마음 풍경[문화일보]

지중해의 빛-열정 / 이현 글·그림 / 대교베텔스만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기차를 타고가던 피카소가 옆 자리의 승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 승객은 상대가 누군지 알고 나자 현대예술이 ‘실재’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피카소는 그에게 실재라는 것의 믿을 만한 본보기가 있다면 그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승객은 지갑 크기의 사진을 한 장 꺼내며 “이거요! 진짜 사진이죠. 내 아내와 정말 똑같은 사진이오”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피카소는 그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주의깊게 들여다보았다. 위에서도 보고, 아래로도 보고, 옆에서도 보고 나서 피카소는 말했다. “당신 부인은 끔찍하게 작군요. 게다가 납작하고요.”

책 ‘지중해의 빛-열정’을 보면 이 에피소드가 절로 생각난다. 저자도 피카소와 유사한 견해를 밝힌다. “화가는 실제로 본 것을 그리기도 하지만 보고 싶은 풍경을 그리기도 한다. 현실을 그리기도 꿈을 그리기도 한다. 본 것을 그리든 보고 싶은 것을 그리든 그것은 모두 작가 마음의 풍경이다.” 책은 화가

이현의 그림에세이집이다. 그림 한 점 옆에 녹아들어 있는 글은 그림과 어울려 시가 되고, 철학이 되고, 내면의 풍경이 된다. 그림 ‘백합’ 옆 장에 적혀 있는 글을 보자. ‘내 사랑은/ 노오란 수선화로 피어나서/ 양귀비 꽃으로 붉게 타올랐다/ 한겨울 불꽃은 이슬방울을 만들고/ 천지에 폭우로 쏟아졌다’

그런가 하면 ‘무한’이라는 그림 옆 장엔 ‘나는 물이고 불이고 공기이며 흙이고 빛이고 나는 모든 것이며 또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나의 전체 세계 속에서 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나 아닌 것들과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으며 다른 모든 개체와 개체들 또한 서로 구별되어 독립적으로 존재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이처럼 시와 철학을 넘나드는 글이 그림과 어울려 또 하나의, 전혀 다른 창작물로 다가온다.

이현의 그림에 대해 시인 정현종은 ‘화가 이현-베네치아 시편 4’라는 제목의 시에서 이렇게 읊고 있다.‘이다지도 쓸쓸한 그림은/ 처음 본다./ 모든 풍경이/ 천지간에 외로움/ 하나./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외로움/ 하나.’

정 시인이 본 그림은 ‘푸른 밤’이라는 작품이다. 책 50쪽에 양면으로 펼쳐져 있는 이 그림을 들여다보면 시인의 독백이 얼마나 정확한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모두 66점의 그림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책은, 그 자체로 훌륭한 화집이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 젠나로 코비엘로는 이현의 작품 세계에 대해 “그녀의 작품 속에는 시가 있고, 광대하며, 표현이 풍부한 그녀만의 독특한 풍경이 있다”고 말했다. 시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시가 서로 어울려 한줄기 선명한 빛으로 다가온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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