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채의 화가 이현, 지중해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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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양화가 이현 작품전…우울 걷어내는 ‘지중해의 햇살’ - 경향신문 2007년 4월 24일 등록일 2007-06-18 18:10:19
작성자 admin 파일명
2007년 04월 24일 17:36:2

서양화가 이현 작품전…우울 걷어내는 ‘지중해의 햇살’ [경향신문]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불안하고, 각박하죠. 속도가 미덕인 사회시스템은 숨돌릴 여유조차 주지않죠. 착하고 나약한 인간들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놓치고 삽니다. 이때 예술, 작가의 몫은 무엇일까요?” 서양화가 이현씨(49)의 작업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림 한 점이 삶에 위안이 되고,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다정하다. 가슴속에 쌓인 어두운 찌꺼기, 일상의 고된 우울을 걷어낼 만큼 맑고 깨끗하다.

국내와 로마를 오가며 활동하는 그가 작품전을 갖는다. 27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 국립 로마미술대 출신으로 로마에서 많은 작업을 하는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전시회는 저의 생각, 자연이든 인간이든 제 미적감각으로 재해석한 것들을 나누는 일이죠. 늘 설렙니다.”

‘지중해의 빛-열정’이란 이름의 작품전에는 10~120호 근작 50점이 선보인다. “명상적이고, 한 편의 시처럼 상상적 여운을 주면서 편안한 마음을 만들어내는”(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 “우리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소박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기쁨을 고양시켜주는”(피에르 프레노 드뤼엘 파리제1대학 교수), “정선된 순색들의 어울림은 이국인의 것이라 해도 마음을 사로잡고 빠져들게 하는”(레나토 치벨로 시칠리아미술대학장) 작품들이다.

작가는 순수하고 단순하고 명쾌한 것을 좋아한다. 화면 위의 색은 서양이론의 3원색이거나, 동양의 오방색으로 단출하다. 색과 색을 섞지 않고 순색을 쓴다. 때로 마티에르를 넣기도 하고, 초벌 뒤에 2~3번의 붓질을 더하기도 한다. 서양적 색채미학에 동양미학이 녹아들었다. 색과 색 사이에는 선 같은 검은색 면을 둬 색끼리의 부딪침을 완화시키거나 산뜻하게 만나게 한다. 화면은 수직과 수평의 간소함으로 안정감을 준다. 바다와 하늘, 산과 달, 해, 나무, 꽃, 양 등의 소재가 어울리면서 그림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어 매력적이다. 그가 좋아한다는 바다는 깊은 파란색으로 관객에게 사색의 공간을 마련해줄 듯하다.

‘양떼, 아침을 열다’

다정하고 순수해서일까. 많은 이들이 그의 그림을 좋아한다. “2004년 유네스코 초대전을 가질 때 노부인 2명이 거의 매일 전시장을 찾더라고요. 어느날 그분들이 저를 찾더니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리더군요. 예술의 힘을 절절하게 깨달았죠.” 젊은 시절 그는 지금과는 다른 어둠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작업을 했다. “고민과 방황, 염세주의로 더 어두울 수 없는 지독한 어둠에 이르니 빛이 보이더군요. 살고자하는 욕망이었죠.” 25여년전 로마로 건너가 미술공부를 하면서 지중해의 햇빛이 새롭게 다가왔고, 살아있음을 느꼈단다. 베네치아 문화재단 CINI 초대전을 갖는 등 인정받는 지금의 작업은 지독한 번민, 고통의 산물인 셈이다. 앙상한 몇개의 뼈대만으로 인간의 본질을 드러낸 자코메티 조각처럼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들러붙은 오염물을 모조리 제거한 본질의 맑고 순수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씨는 전시회와 함께 서정적 글과 작품을 엮은 에세이화집 ‘지중해의 빛-열정’(대교베텔스만)도 출간했다. 5월6일까지.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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