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채의 화가 이현, 지중해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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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수한 조형미의 현실과 공상 조화" -이구열/미술평론가 1995 등록일 2005-03-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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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조형미의 현실과 공상 조화

이구열(미술평론가)


이현은 로마에서 5년간 그림 수업과 작품활동을 하다가 귀국하여 지난해 가을에 예술의 전당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짐으로써 서울 화단에 진입한 신예의 여성화가이다. 개인전에 앞서 그녀의 독특한 표현방법의 <달과 피아노> <누드와 첼로>가 예술의 전당 기획의 '음악과 무용의 미술전'에 초대되어 그녀를 처음 주목하게 했었다.
개인전에서는 수법적으로 신선한 앞의 두 작품 외에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소년을 그린 <파가니니>와 실내의 그랜드피아노와 꽃병을 소재 삼은 'BLUE-그리움, 혹은 환(幻)>과 달이 뜬 밤하늘의 창 밖이 배경이 된 실내에서 사념에 젖은 모습으로 앉아있는 여인상 등으로 그려진 그 연작, 우수(憂愁)어린 눈의 서양여성 얼굴을 그린<시뇨리나>, 그 밖에 유럽에서 본 기억의 양떼와 들꽃 풍경 및 어느 도시 풍경이 선보여졌다.
그것들은 1993년에 로마에서 가진 개인전 때의 작품들, 곧 앞에 언급한 <누드와 첼로>를 비롯하여 달이 뜬 구도 또는 갈매기가 나르는 해안 풍경, 색 새가 날고 있는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실내의 여인, 그리고 담배를 문 거울 속의 여인 등, 매우 문학적이고 환상적이면서 서구적인 표현감각의 작품태도를 이렇다 할 변화 없이 뒤이은 작업이었다.
서울에서 두 번째가 되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본질적으로 같은 태도의 근작들을 보게 된다. 자연 및 도시풍경과 사슴 또는 백조들의 풍경, 꽃을 주제 삼은 정물과 음악적이고 시적(시적)인 분위기의 여인상 등으로 모티브가 넓혀지고 있을 따름이다.
그 작품들은 모두 고요하고 적막한 표현분위기로 그려지고 있고 그 조형적 특질이 이현의 신선한 창조적 세계를 구현시킨다.
이미 말했듯이 그녀의 구체적 모티브 자체는 현실적인 여러 풍경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어떤 인물상으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표현수법과 조형방법이 독특하다. 우선 그의 여러 주제요소들은 뚜렷한 검은 윤곽으로서의 명쾌한 단순화와 선명한 원색조의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색면분할, 그리고 순수한 조형원리의 화면 구성 및 그 시각적 효과와 균등한 관계로 상호조화를 이루게 하고 있다.
굵고 뚜렷하면서 불규칙하게 그 자체의 풍부한 표현성을 갖는 주체구성의 검은 윤곽선과 그 안의 채워지는 평면적이고 선명한 원색조 색면으로서의 현실적 자연 및 강조는 특히 이현의 세계를 매혹적이고 이색적으로 평가하게 하는 요소이다.
이현은 진하면서도 투명하고, 따뜻하고 또는 차가운 느낌의 파랑, 노랑, 빨강, 초록, 하양 등의 원색적인 유채 색면을 구성적으로 단순하게 부각시키고 부분적으로 그 범주의 중간색을 변화 있게 조화시키는 색상작업의 시각미로 전체화면을 순수하게 형상시킨다. 그리고 현실적이며 자연적인 주제의 구체적인 형태들을 그 색면들을 자유로운 추상적 구성 및 윤곽선의 조형적 관계와 차별성 없이 균등하게 조화되는 것이다.
가령, 이번 전시작품 중의<푸른 방>시리즈2는 진한 파랑색과 흰색의 평면적인 단순 색면이 수직분할로 배경을 이루는 앞으로 파랑색의 모자와 드레스의 젊은 여성이 빨강색의 바이얼린을 연주하며 서있는 모습을 주제 삼은 작품으로 그 좋은 예이다. 여기서도 모든 색상은 비사실적이며, 임의로 취한 그 생상 대비는 명쾌하고 단순하다. 그리고 주제의 형상은 검은 윤관선으로서만 구체적으로 부각된다. 그 시리즈 3에서 보는 실내의 원형 탁자 위의 튤립 꽃병과 컵, 유리창문과 달밤도 그녀의 logo 색처럼 되어 있는 짙은 파랑과 노랑, 빨강, 초록 및 흰색의 평면적 색면과 직선, 곡선의 윤곽선이 엄격하게 부각시키는 주제구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세련된 표현 감성은 명백히 로마에서 체득된 것이다. 검은 윤곽선과 원색적인 색면 구성의 명쾌함도 유럽의 그 경향 선구자인 마티스와 몽드리앙 등에게서 배운 것이리라. 그런가 하면, 우수 어린 표정의 여인상은 로마의 평론가도 지적했듯이 모딜리아니의 영향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그 배움과 영향은 이현에게서 그녀의 회화방법으로 잘 소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작품으로 이현은 공상적이고 환상적이며 문학적 상상력이 작용한 <어떤 기억, 혹은 환(幻)>시리즈를 보여준다.
통례의 짙은 파랑색 평면의 바다 위에 흰 종이배가 멀리 수평선에 떠오르는 강렬한 노랑 빛 태양과 빨강 구름 띠를 배경으로 바다 가득히 떠있는 풍경(시리즈1), 역시 파랑색 바다에 백조 떼가 이번에는 멀리 수평선에 강렬한 빨강색 해가 노랑색 구름과 더불어 떠오르는 동화(童話)적인 장관(시리즈2), 그밖에 파랑색 하늘과 흰 구름이 먼 배경을 이루는 창으로 빨강색의 짙은 평면적 색면이 펼쳐지고 그 위에 검은 선으로 온통 우산을 그려 넣은 공상적 드로잉(시리즈3)등이다.
그것들은 이 여성 화가의 나이를 떠난 특이한 동심(童心)과 문학적 감상주의의 꾸밈없는 표현이자 환상의 시각적 이야기이다.
<가을의 환(幻)>연작에서도 근래의 이현의 그림 심리상태가 동시(童詩)처럼 평화롭게 드러나 있다. 그것은 짙은 노랑색 자연환경과 짙은 회색의 나목(裸木)숲에 노닐고 있는 흰 색과 엷은 회색의 평화로운 사슴무리가 동화책의 그림처럼 순박하게 그려진 화면들이다.
거기에는 물과 하늘을 나타낸 짙은 파랑색과 산밑의 밭을 상징한 듯한 빨강색의 색면이 대비돼 있기도 하다.
<가을 인상> 시리즈와 <봄-제주>, <밤의 설악>등도 그 단순명쾌한 구도는 검은 윤곽선으로 극명하게 구분되면서 현실적 사실성과는 상관없는 원색의 노랑색 숲, 빨강색 산, 파랑색 바다, 또 그와는 반대로 빨강색 숲, 노랑색 산등의 강렬한 색면 대비로 그려지며 이 현의 선명한 색채 취향과 자율적인 그 선택이 완전히 자유롭게 구가되고 있다.
유럽풍경의 <밤의 니스><리스트 정원의 아침>, <짤스부르크>, 등에서도 흰색 건물 등의 구조적 현실감 외에는 앞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색면 구성의 풍경화로 순수하게 창작되고 있다. 그것은 현실과 비현실, 구상과 추상의 구분이나 관심 없이, 순수한 시각미를 위해 그 양면성을 자유롭게 합치시키고 조화시키는 표현이다.
다시 말하면, 그 세계는 이현의 독자적인 회화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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